반응형 사진에세이5 유리문을 닦는 아침, 조용히 빛나는 하루의 시작 이른 아침, 조용한 거리의 한 켠에서한 여인이 투명한 유리문을 정성껏 닦고 있었습니다.그 손끝은 마치 어제를 지우고 오늘을 새기는 붓처럼 느껴졌습니다.높지 않은 계단에 아슬히 올라선 그녀의 발끝은현실이라는 무게 위에서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고 있었고,창 너머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은말없이 그녀의 등을 감싸 안았습니다.이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출근길의 풍경일 수 있지만,그녀에게는 매일의 삶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작입니다.유리에 내려앉은 먼지를 털어내듯,그녀는 스스로의 마음도 가볍게 정돈하고 있었지요.작은 미용실 앞, 그 조용한 움직임 속에서삶은 오늘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냅니다.크지 않지만 진실된 그 하루의 시작이,이 공간을 따뜻하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Leica M3 mit Summaron 35mm f.. 2025. 6. 23. 골목 끝 풍경에서 마주한, 한낮의 정적 도시의 흐름은 늘 바쁘지만, 그 안에는 조용히 멈춰선 순간들이 있습니다.이 사진은 부산의 어느 한적한 골목에서 포착한 장면으로,길가에 놓인 의자와 그 위에 앉은 사람들이 주는 고요함이 인상적입니다.플라스틱 의자에 기대 앉은 이들의 모습은 특별한 행동이 없음에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누군가는 짧은 휴식을, 또 다른 이는 생각에 잠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말없이 흘러가는 일상의 한 조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긴 목재 테이블과 주변에 놓인 양동이,유리창에 반사된 거리의 모습이공간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마치 시간이 그 자리에 천천히 내려앉은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이 장면을 담은 날은 살짝 서늘한 바람이 부는 오후였고,은은한 빛이 주변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습니다.필름 특유의 거친 질감 속.. 2025. 6. 15. 카메라에 담은 낯선 따뜻함 – 『쿠바를 찍다』 이광호의 쿠바 사진여행기 요즘같이 일상에 작은 탈출구가 필요한 시기, 저는 한 권의 사진집을 펼쳐 들었습니다. 제목은 『쿠바를 찍다』. 낯선 땅 쿠바에서 사람들의 눈빛을 따라 걸으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 사진가 이광호의 기록입니다. 여행이 아닌 '기록'을 위한 길이광호 작가는 서울예술대학 사진과를 나와 사진기자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유학을 결심하게 됩니다. 1997년, 밀라노의 이탈리아 사진대학(INSTITUTO ITALIANO DI FOTOGRAFIA)에서 수학하며 유럽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 경험이 그의 사진 세계를 크게 넓혀주었다고 말합니다.그는 이탈리아 매거진 『노블레스』의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도 늘 ‘길 위의 사람들’에 마음을 두었습니다. 그의 사진에는 어딘가 묘한 따뜻함이 있습니다. 정돈되지.. 2025. 5. 27. 『사진 강의 노트』, 필립 퍼키스가 전하는 사진과 삶에 대한 따뜻한 통찰 『필립 퍼키스의 사진 강의 노트』를 읽고 사진을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기술적인 설명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궁금해집니다.왜 사진을 찍는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 사진 안에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말입니다.『필립 퍼키스의 사진 강의 노트』는 바로 그 질문에 조용히 답해주는 책입니다.이 책은 거창한 이론서도, 화려한 사진집도 아닙니다.짧은 문장들로 채워진 노트 같은 책인데, 그 안에는 사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사진을 “가르친다”는 것이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보는 법, 느끼는 법, 존재하는 법을 함께 이야기하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책에서 기억에 남는 말들“기술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음악의 악보와 같다. 음악이 되기 위해선 울림이 필요.. 2025. 5. 14. 고요한 어둠을 따라 흐르는 빛의 흐름 도시는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듯 고요합니다.하지만 그 속에서도,잔잔히 움직이는 불빛들은 쉼 없이 제 길을 가고 있죠.촉촉이 젖은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자동차 불빛,그 반사된 광채가 밤의 정적을 살며시 흔들어 놓습니다.커다란 건물의 외벽엔알 수 없는 이름의 일부만이 밝게 빛나고,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공간에도시의 정체성을 살짝 드러내줍니다.부드럽게 휘어진 도로 위에는형형색색의 선과 기호들이 조용히 질서를 지키고,그 위를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안내합니다.누군가는 이 길을 따라 하루의 끝으로 향하고,또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겠죠.어둠이 깊어질수록,그 안의 빛은 더욱 선명하게 떠오릅니다.이 한 장면은,분주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들에게작은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Fujifilm X-E4 mit X.. 2025. 4. 12. 이전 1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