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결핵’, ‘AIDS’ 같은 병 이름은 때로 병 자체보다 더 무겁게 들립니다. 단순한 의학적 진단을 넘어, 사람들은 질병에 온갖 의미를 덧붙이고, 그 안에 도덕적 판단과 사회적 낙인을 숨기곤 합니다.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 / AIDS와 그 은유』는 이처럼 병을 둘러싼 "말하기 방식" 자체를 비판한 책입니다.
병을 둘러싼 언어, 그 자체가 문제
이 책에서 손택은 암 환자로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질병이 단순한 생물학적 사건이 아니라 어떻게 사회적으로 ‘읽히는지’를 설명합니다. 전통적으로 결핵은 예술가적 기질과 연결되었고, 암은 억눌린 감정의 결과처럼 여겨졌으며, AIDS는 성적 도덕성의 문제로 치부되었습니다. 하지만 손택은 이런 은유들이 환자에게 불필요한 죄책감을 안기고,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방해한다고 말합니다.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AIDS와 그 은유』로
이 책은 사실 두 편의 글을 엮은 것입니다. 1978년에 발표된 『은유로서의 질병』은 주로 암과 결핵을 중심으로, 1989년의 『AIDS와 그 은유』는 당시 확산되던 HIV/AIDS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공포를 분석합니다. 두 글 모두에서 손택은, 병을 병 그 자체로 바라보기를, 그 안에 도덕적 해석이나 사회적 낙인을 덧씌우지 않기를 강하게 요청합니다.
지금 읽어야 할 고전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이 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전해줍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다시 한번, 병에 대한 언어와 태도가 사회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체험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왜 병든 사람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는가?"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누구를 아프게 하고 있는가?"
📘 책 정보
저자: 수전 손택 (Susan Sontag)
출판사: 이후
ISBN: 978-89-88105-11-5
읽는 내내 사유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질병과 언어, 사회와 개인 사이의 경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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